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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의 모험

wwi 2024. 1. 29. 02:30


https://blog.naver.com/mate3416/221981758752 드디어 영유아기를 벗어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자 친척들이 문구용품을 선물해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엄청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는 세상 전부를 가진 것만 같았다. 그 소중한 것들을 새 책가방에 넣었다 빼었다 몇날 며칠이 행복했다. 연필 한 다스, 지우개 두세 개, 필통, 삼각자, 공책 몇 권, 스케치북, 크레파스, 색연필, 은색 기차 연필깎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되자마자 샤프를 썼다. 열 살이나 되었겠다, 이제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지 않은가. 단단한 샤프를 손에 쥐니 어떤 자격 하나를 얻은 것만 같았다. 연필은 숙련되지 않은 꼬마들이나 쓰는 것. 모나미 펜에 꽂힌 몽당연필이라니, 3학년이나 되었는데 학창시절, 시내 중심지에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건물 한 채를 전부 사용하는 대형 문구점이 있었다. 문방구라고 얕보지 마시라. 비싼 땅 한 복판, 다섯 개의 층에는 늘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나 역시 그곳에서 꽤 고민스러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사고 싶은 게 많아서, 그런데 사용할 것 같지가 않아서, 그렇지만 갖고는 싶어서. 어떻게든 쓸모를 마련해 보려고 다각적으로, 창의적으로 삶을 고찰했다. 집어 들었다 내려놓았다 반복하면서. 공무원이 되어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며 놀랐던 (많은) 것 중 하나가 연필이다. 은색 기차가 사무실 여기저기 놓여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간혹 샤프를 쓰는 직원도 있었지만 책상 위에 이면지를 깔아놓고 칼로 연필 깎기를 고집하는 분들도 있었으니 여하튼 연필에 대한 (적어도 내가 있는 곳) 공무원들의 애정은 차라리 신뢰였다. 2020년, 나의 일터에는 여전히 은색 기차가 굴러다닌다. 열심히 일을 하고 가끔 일탈을 한다. 사무용품 구입이니까 괜찮다, 정당하다. 문구점 가자, 쇼핑이다, 야호! 사무용품 쇼핑도 여전히 고민스럽다. 특히 필기구와 공책 코너에서 고민이 많다. 이러저러할 때 유용할 거라고, 이것만은 꼭 필요한 거라고 우겨보지만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쓸 일 없을 거라는 걸, 굳이 살 필요까지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그래도 갖고 싶다는 건 더 큰 문제고. 결국 연필 한 다스만 사온다. 고심해서 골랐다. 어서 빨리 쓰고 싶다. 언제부턴가 버리지 못하고 인사이동 때마다 모시고 다니는 몽당연필 컬렉션을 늘리고 싶다. 그래서 또 사고 싶다, 새로운 연필을. 『문구의 모험』(원제 Adventures in Stationery) 제목만으로도 알겠다, 문구에 대한 저자의 애정을. 나의 동료들이 연필에게 주는 신뢰와 같이 그것은 태초부터 존재했던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며 영원할 것이다. 이 책을 읽을 작정이라면 몇 가지 주의하도록 하자. 강인한 정신력을 유지하지 못하는 독자라면 독서를 포기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블랙윙 연필, 핑크펄 지우개, 몰스킨, 만년필 이런 것들을 검색창에 적어 넣지 않도록 이성을 유지해라. 어른이 되어 발을 들여놓지 않았던 문구점을 찾아가는 일이 없도록 하라. 만약 그곳에 들어간다면, 결국 그렇게 된다면, “문구점에 가면 사방이 가능성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방식이다. 이 색인 카드, 이 페이지 마커를 산다는 것은 내가 언제고 되고 싶어했던 그런 조직적인 사람이 마침내 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공책과 이 펜을 산다는 것은 꿈꿔왔던 그 소설을 내가 마침내 쓰리라는 의미다.” - p.185 당신은 어떤 사람이라도 될 수 있는 무한가능성을 품은 사람이라 걸 알아버리게 될 지도 모르니 말이다. 주의하라. 그래서 말인데, 토요일 날씨도 좋다는데 두 꼬마들의 작은 손을 그러잡고 문구점에 가야겠다. 내가 너희에게 세상 전부를 선물하겠다. 사실은 내가 더, 야호! - 2020. 5. 28.
우리에게는 이 작고 사소한 물건들이 필요하다
더 커다란 것들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 편리함을 넘어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가져다준 작지만 위대한 도구들의 역사

소박하고 겸손한 도구이자 그 안에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를 담고 있는 물건. 그러나 졸업과 동시에 책상 서랍 속에서 서서히 잊혀지거나 회색빛 ‘사무용품’의 세계로 유배되는 문구류들. 영국의 오프라인 문구류 품평회 ‘런던 문구 클럽’의 창설자인 저자 제임스 워드는 이 잊혀진 존재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책상 위에서, 셔츠 윗주머니에서, 가방 속에서 오랫동안 함께하며 예술가들에게는 창조와 영감의 도구가, 공부하고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의 무기가 되어준 문구들을 재조명한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출판 기획자 존 브록만이 세계의 석학들에게 지난 2000년간 발명된 것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을 때, 미디어 이론가 더글라스 러시코프는 지우개 라고 답했다. 수정 용액처럼 과거로 돌아가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를 주는 것들이 없었더라면 과학과 사회, 문화와 윤리의 발전도 없었으리라는 것이 그 이유다. 지우개는 단순히 종이로부터 흑연 가루를 털어내는 도구가 아니라 중요한 사고의 전환을 가져온 도구라는 것이다. 우리의 책상 위에 자리 잡은 문구들은 이처럼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새로운 장을 열어젖힌 조용한 공로자들이다. 형광펜은 메모하고 표시하고 공부하는 새로운 방식을 가져왔으며 색인 카드는 자료를 정리하고 재배열하고 업데이트하는 정보처리 방식에 혁명을 가져온 도구다. 문구의 모험 은 이 작지만 위대한 물건들의 세계를 탐사하며 그 의미와 역사를 추적한 책이다.


Chapter 1 완벽한 디자인의 본보기 - 클립과 핀
클립의 아버지들 | 진화의 조건 | 완벽한 디자인의 본보기 | 문구류 카탈로그 | 압정 | 푸시핀 | 벨로스 문구함의 마지막 칸

Chapter 2 만년필과 볼펜의 시대 - 볼펜과 만년필
빅 크리스털 볼펜 | 갈대 솔에서 금속 펜촉까지 | 잉크를 머금은 만년필 만들기 | 볼펜의 탄생 | 제품 출시 경쟁 | 볼펜의 명예 회복 | 만년필의 부활 | 익스트림 볼펜 테스트 | 우주에서도 쓸 수 있는 펜 | 손 글씨와 잉크가 말해주는 것

Chapter 3 몰스킨 노트의 마지막 페이지 - 종이
진짜 몰스킨 공책 | 명품의 조건 | 종이를 만든 사람 | 대량 제지 기술 | 목제 펄프의 발견 | 더 강한 종이 | 종이 규격의 ‘마술적 비율’ | 우편 봉투의 진화 | 노란색 리걸 패드 | 진화는 계속된다

Chapter 4 대가들의 연필 - 연필
세계 연필 생산의 중심지 |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연필 공장 |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연필 | 창작자의 무기 | 블랙윙 602의 예찬자들 | 연필깎이의 모순 | 연필의 연장품

Chapter 5 우리의 실수를 덮어주는 것들 - 지우개
탄성 고무의 새로운 쓸모 | 핑크 펄 지우개 | 오타에 시달리던 비서의 발명품 | 하얗게 덮어버리기 | 흔적 없이 지워버리기 | 사악한 용도로는 사용하지 말 것

Chapter 6 가져가세요, 난 당신 거예요 - 홍보용 문구들
이케아 연필은 몇 자루나 될까 | 가져가세요, 난 당신 거예요 | 가장 효과적인 홍보용품

Chapter 7 오직 당신을 즐겁게 해주려는 목적뿐 - 기념품
야한 그림엽서의 제왕 | 값싼 엽서의 진짜 의미 | 휴가지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펜 | 창의적인 장난감

Chapter 8 컴퍼스와의 작별 의식 - 교실의 물건들
너드의 물건 | 연필에서 펜으로 옮겨가는 순간 | 색연필의 정치적 중립성 | 서랍장 속에 잠들어 있는 것들 | 헬릭스 문구 왕조의 흥망성쇠

Chapter 9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 - 형광펜
사인펜의 위엄 | 투명하고 환한 노란색 | 다른 어떤 펜과도 다른 펜 | ‘새로운 행동’을 팔다 | 계속되는 도전

Chapter 10 난 네게 달라붙을 거야 - 접착제
접착의 역사 | 식물성 풀 | 미스터 프리트 | 스카치테이프 | 블루택의 수천 가지 용도 | 소비자의 상상력을 위하는 길

Chapter 11 냉장고 문에 붙은 하이퍼텍스트 - 포스트잇
최초의 문구류 실험실 | ‘이상한 접착제’ 세미나 | 끈끈한 메모지의 잠재력 | 소박한 걸작품

Chapter 12 스테이플러의 연속 동작 - 스테이플러
우중충한 사무실의 한 줄기 빛 | 스테이플러의 연속 동작 | 종이에 박힌 침 빼내기 | 전동식 스테이플러

Chapter 13 지식의 저장고 - 서류함
수직식 파일링 시스템 | 색인 카드 시스템 | 스탠리 큐브릭의 아카이브 상자 | 자료 정리의 완성

Chapter 14 그 많던 볼펜은 다 어디로 갔을까 - 문구의 미래
디지털 세계, 문구의 흔적들 | 펜은 죽지 않는다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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