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formation 女 엑스포메이션 여
일본의 어느 대학 디자인 졸업전시회를 위해 마련된 토론의 장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다시 한 번 그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준비됐다. ‘女’라는 것을 소재로 삼으면서 여자란 존재에 대한 의문과 그 다양성을 파악하고자 마련된 졸업 전시회는 당연히 페미니즘적 시각이 가세할 수밖에 없는지 모른다. 일종의 유행이라면 유행이겠지만 특정 소재에 대한 상식, 혹은 편견은 특정 소재를 상징하는 언어가 계속 소비되는 한 그 단어와 함께 필연적으로 고민되고 사유되며, 토론되는 것들이 즐비하게 존재하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생소한 단어인 ‘Ex-formation’는 졸업 전시회를 관통하는 표현 방식이었다. ‘어떤 대상에 대해 알게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얼마나 모르는지에 대해서 알게 하는 것’이라는 알듯 모를 듯한 표현은 ‘information’이란 어휘에 대한 대립어로 사용되면서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닌 ‘판단의 시각을 달리하여 바라보는 훈련’을 위해 시도된 방식으로 아마도 기존의 상식을 깨야만 하는 designer의 숙명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창의력과 예술은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뻔한 대상을 새롭게 보이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졸업전시회가 마련됐고 그 주제가 뻔하다고 생각된 여성이 주제로 되면서 그 여성에 대해 얼마나 창의적으로 접근으로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시도하는 장이 마련된 것이다. 여성에 대한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시도는 다양했다. 그런 시도들은 언제나 표현 방식의 다양함을 수반하는 것이기도 했다. 상식이나 편견으로 알고 있는 여성을 보다 다른 모습이나 이미지로 보여줌으로써 좀 더 풍부한 개성을 지닌 존재로 보여주려는 시도는 하지만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다양한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들과 방법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여성의 개성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고,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냥 우리가 알고 있는 여성으로 끝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임신을 한 여성을 소재로 해서 다양한 볼거리들이 마련되고 있는데 그래도 결국 여성이란 관점에서 맴맴 돌고 있는 것 같다. 남성이나 여성을 표현할 수 없는 몰개성적인 ‘봉 인형’이 여성일 수밖에 없도록 느끼는 여러 동작들과 모습을 통해 여성은 어떤 존재인가 하는 것에 대한 답을 낸 것이나, 여성과 관련이 많다고 생각되는 소재를 중심으로 여성을 직접 표현하지 않았지만 여성과 관련 소품들로 작품을 보여준 ‘비밀의 화원’은 특히 그렇다. ‘여자의 무표정’은 반어적으로 여성의 웃음이 얼마나 중요한 대인관계의 수단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없음을 보여줘서 있음의 가치를 보여준 이 기법은 다양하게 사용되는데 여기서 그 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한 것 같다. 이런 것에 사용된 것은 결국 여성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이 작품 활동에 주로 사용된 것 같다. 신선한 것도 있는 것 같다. 상식, 혹은 편견을 갖고 있는 꽃이란 소재로 인체 골격을 표현한 ‘Flora’란 작품들이나 ‘꽃무늬로 장식된 무기’등은 매우 역설적인 소재들을 묘하게 연결한 것 같다. 예술 작품의 폭넓은 해석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다만 꽃이 여성과 관련된 소재로 보는 것은 분명 선입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아니면 남자들에게 힘겨운 사회생활을 맡긴 채 집안일로 자신의 삶을 유지했던 여성들의 모습이 그런 편견을 나은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비정한 사회생활의 고통을 잊은 채 살게 된 여성의 모습이 우리들 편견에 깊이 내재해 오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현실이 배제된 모습은 지닌 채 행복의 전형으로 보이는 ‘Dollhouse’는 점차 늘어가고 있는 현대 여성들이 고단한 삶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어하는 욕구를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사실 ‘소녀와 여성’ 역시도 그렇게 볼 수 있는 해석의 여지가 많다. 웃음이 많아 보이는 소녀가 자의식이든 정체성이든 뭔가 자신의 독립을 이뤄낼 수 있는, 웃음기를 잃어버린 여자로 성장하는 사진들은 어떤 점에서 힘든 현실을 사는 여성들의 고단함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사실 정체성이든 자의식이든 생활의 독립과 결코 무관할 수 없는 주제들이다. 그것을 잘 이겨낼 때 진정한 독립된 자아를 성취할 수 있는 것이 현대의 삶이다.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아니면 공동체주의든 말이다. 사실적이란 말에든 현실은 고단하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특히 경제적으로 말이다. 한 때나마 남성들이 그 쓰디쓴 경제를 다 짊어지도록 강요 받은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은 아니며, 그런 것은 이제 거부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들은 묘하게 오늘의 여성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임신한 여성이면서도 다양한 사회성을 지녀야 하는 모습은 분명 개성적이고 신선하지만 동시에 집안에서 누군가의 돌봄 속에 임신 생활에 집중하는 그런 과거의 안락함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Flora든 Lovely ware 역시도 겉과 다른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여성들의 위기를 보여준다고도 볼 수 있다. 여자들이 이렇게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개인이란 정체성을 얻기 위해 여성들도 다양한 사회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관계가 마냥 행복할 수도 없고, 과거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다. 그게 어쩌면 이 책에서 보여준 작품들에 대한 설명이 아닐까 생각된다. 참 살기 어렵나 보다.
일본 태생의 그래픽디자이너 하라 켄야의 엑스포메이션 여 . 일본 디자인 세계의 거장인 저자가 6년째를 맞이한 무사시노 미술대학 하라 켄야 세미나에 참여한 15명의 학생과 함께 여(女) 를 주제로 펼친 엑스포메이션 프로젝트를 담고 있다. 여 에 대한 신선함이 넘치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기발하고 엉뚱한 작품의 세계를 펼쳐낸다. 특히 여 를 미지화함으로써 일본 여성들의 이상스러운 다양성을 엿보고 있다.
PROLOGUE 하라 켄야 Kenya Hara 6
임산부 24
오카자키 유카 Yuka Okazaki
Lovely ware 38
가와고 메구미 Megumi Kawagoe
가와나 유 Yu Kawana
후지이 에리코 Eriko Fujii
Flora 50
다다 아스카 Asuka Tada
봉棒 인간(졸라맨) 62
야마다 안리 Anri Yamada
나이스 바디ㆍ페트병 72
나카노 케이스케 Keisuke Nakano
비밀의 화원 80
다케야 코키 Koki Takeya
여자의 무표정 90
고바야시 키요에 Kiyoe Kobayashi
DOLLHOUSE 100
사와다 쇼헤이 Shohei Sawada
소녀와 여성 110
사사키 유코 Yuko Sasaki
여성의 언어세계 120
고토 치카 Chika Goto
Expecting 130
구리하라 리호 Riho Kurihara
여성이 보고 있는 ‘여성’보기 138
나카자와 켄 Ken Nakazawa
유희를 통
한 여성 읽기 146
요시우라 나나 Nana Yoshiura
EPILOGUE 전시회장 풍경 | 2009년도 하라 세미나의 1년 | 하라 세미나 맴버 155
옮긴이의 글 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