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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

wwi 2023. 11. 9. 20:54

인터넷으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우연히 흘러흘러 김영란님의 강연 참여신청을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 여성 대법관이라는 명성만 알 뿐, 그 분의 개인적인 스토리도 모르고, 김영란법으로 익숙한 분이지만  공부 많이 하셨을테고... 설마 강연에서 "책 읽으면 좋다"고 막연하게  말씀하실리가 없으니 궁금해서 신청했다. 그 때 강연의 내용과 비슷한데, 책이 먼저인지 강연이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강연 후에 나는 의욕적으로 그때 안내받은 책들을 (빌리지 않고!) 사서 읽었다.  특히 시적 정의 라는 책과 마사 누스바움이란 분에 대해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르귄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되었고. 그 강연의 기억과 그 순간의 감동과 흥분으로 내 독서의 영역도 조금 확장되었다고 생각된다. 강연을 들으며 인간적으로 귀기울이느라 메모를 하지 않았었는데, 책을 읽고나니 그날의 기억이 새롭게 다 살아나는 느낌이다. 나의 밑줄들...48 『토니오 크뢰거』에서 훗날 소설가가 된 토니오는 ... 자신은 ‘길 잃은 시민’이지만, 시민과 예술가 어느 쪽에도 안주하지 않고 ‘시민적 사랑’을 지닌 글을 쓰겠노라고 다짐합니다. 56 (『흡혈귀의 비상』에서) ... 뚜르니에는 세상에는 자아주의자에 속하는 사람과 허구주의자에 속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자아주의자는 겉으로는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밖에 이야길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뚜르니에는 몽떼뉴나 루쏘, 샤또브리앙 등을 예로 듭니다.반대로 허구주의자의 글 속에서는 서로 다른 수많은 인물들이 북적대는데 그들 중 누구도 다른 인물들을 가려버릴 정도로 전면에 나서지는 않습니다. 발자끄, 위고, 뒤마, 졸라 등을 예로 봅니다. 빅또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장 발장이 주인공인 이야기지만 꼬제뜨의 이야기도 있고 꼬제뜨를 사랑하는 마리우스의 이야기도 있지요.   77 누스바움은 재판관이 갖추어야 할 공적 합리성은 바로 이 공평한 관찰자의 감정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문학 작품은 불완전한 길잡이가 될 수도 있고 여전히 기존의 법령과 판례 등에 관한 지식이나 재판의 제도적 역할에 대한 인식 등이 전제되어야 하겠지요. 그러나 문학적 상상력은 재판관이 자신 앞에 놓인 사건의 사회적 현실로부터 고상하게 거리를 두지 않고 풍부한 상상력을 겸비한 구체성과 정서적 응대를 바탕으로 현실을 철저하게 검토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지요. 83 누스바움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정확하게 상상하여 사려깊게 측정하고, 나아가 그것에 관여하고 또 그것의 의미를 물을 수 있는 능력은 인간의 실상이 무엇인지 알고 또 그것을 바꾸어나가는 힘을 얻는 가장 강력한 방법”(『시적 정의』 195면)이라고 하면서 이와 같은 상상력이 없다면 재판관의 평가는 핵심을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나아가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한 상상력이 결여되면 결국 “기이한 화성인 같은 중립성”(191면)을 낳는다고도 합니다. 109 그러나 굳이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면, 제게는 책 속으로의 여행 그 자체가 불경에서 말하는 ‘무애의 경지’를 향해 가는 여행이었다고 하면 어떨까요.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같은 경지 말입니다. 달리 명상을 하지 않는 제게는 책이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곧 명상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지요. 

‘독서광’ 김영란 전 대법관을 만든 독서와 공부의 길 대한민국 사법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자 ‘김영란법’으로 많은 사회적 관심과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김영란 전 대법관은 독서광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오늘의 자신을 만들어온 것이 ‘쓸모없는 책 읽기’였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독서 편력을 통해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탐문한다. 지식 욕구를 채우거나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는 공부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책에 대한 탐닉은 쓸모있는 공부라고 할 수 없지만, 책을 읽는 것이 그 자체로 자신을 수양하고 나 자신을 찾는 길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책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이 ‘쓸모없는’ 독서의 여정을 들려준다. 어린 시절 읽은 동화책부터 청소년 시절 자신의 영혼을 뒤흔든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 와의 만남, 그리고 판사로서의 삶과 독서하는 삶이 결국 다르지 않음을 알려준 시적 정의 , 세상을 바꾸는 상상의 힘을 일깨운 어슐러 르 귄의 SF 작품들, 그리고 끝없는 독서의 여정을 보여주는 보르헤스의 책 읽기까지, 자신이 읽어온 책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곱씹으며 그는 결국 언뜻 쓸모없어 보이는 책 읽기야말로 세상을 통해서 스스로의 삶을 찾아가는 평생의 공부임을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증명해 보인다.

책머리에
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
쓸모있는 공부, 쓸모없는 공부 / 이야기가 지닌 힘 / 작은 아씨들 / 이분법 놀이의 시작: 토니오 크뢰거 / 다시 읽은 토니오 크뢰거 / 이분법의 확장: 흡혈귀의 비상 / 고슴도치와 여우 / 문학적 재판관: 시적 정의 / 세상을 바꾸는 상상: 빼앗긴 자들 / 무한한 책 읽기: 바벨의 도서관 / 나를 찾는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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